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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때 나의 아부지> 최미봉

damilee 2019. 11. 14. 11:16






열살때 나의 아부지 

                              
봄내  최미봉





바람 불면
골덴 바지 끝
흙탕물에 휘젖던 춘삼월 오후

물고인 고무신 꾸겨 신고
내 키만한 우산 힘겨워
쭐레줄레 고개 넘어간다.

산자락 끝에 우뚝 솟은 도청
발가락 째 끄덕 소리
모퉁이 돌고 돌아 2층에 오르면

창 넘어 일하시는
웃음 보신 서두르는 아저씨들
딸 왔다며 사랑 쪼개는 시간

치켜들은 우산
창문 두들기는 게 재미있어
토도독 거리면 손 젖으신 아버지

주섬주섬 일거리 서랍 속 채우시고
우리 딸 왔어^^
말 한마디 눈갈 사탕 보다 더 좋아했던 웃음

우산 받쳐 들고
바짓가랑이 철석 거리면
아부지 등에 업혀 집에 왔던 모습이 아른거려

어렸던 마음
이제라도
아부지 아부지 불러보니 사랑이였습니다


우리세대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엄마하고만 대화를 했고  엄마의 사랑만 느낀 세대이다.

아마도 너무 큰 사랑이어서 보이지 않았나 보다.

돌아가신 뒤에야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최미봉시인은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면서 아름다운 시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